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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물은 빠졌지만 | 재난에는 ‘조율’이 필요하다 - 이동환 피스윈즈코리아 사무국장

  • 2026.08.26
  • By 콘텐츠팀
재난 현장에는 더 많은 물품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필요한 사람과 자원을 연결하고, 다음 재난에 경험을 남기는 일. 이동환 피스윈즈코리아 사무국장에게 재난 이후 필요한 지원을 물었습니다.

거제, 물은 빠졌지만 | 재난에는 ‘조율’이 필요하다 - 이동환 피스윈즈코리아 사무국장

필요한 물품을 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필요한 사람과 자원을 연결하는 일.


재난이 발생하면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민간단체와 기업이 동시에 움직인다. 구호물품도 피해 지역으로 모인다.

하지만 현장에 필요한 지원이 제때, 필요한 곳에 도착하려면 그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어느 마을에 무엇이 부족한지, 대피소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기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사람과 자원을 연결해야 한다.

이동환 피스윈즈코리아 사무국장은 자신의 역할을 ‘재난 현장 코디네이터’라고 설명한다.

피스윈즈코리아는 재난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긴급구호부터 피해 지역의 복구와 일상 회복까지 지원하는 NGO다.

이 사무국장은 원래 영상기자였다.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언론사에서 영상기자로 일하다 해외 재난·사회공헌 현장을 취재하며 피스윈즈를 만났다. 일본에서 약 5년 동안 재난 현장을 기록한 뒤 직접 재난구호 활동에 뛰어들었다.

그에게 재난 현장에서 어떤 조율이 필요하고, 피해 지역을 돕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물었다.


▲ 이동환 피스윈즈코리아 사무국장

“저는 재난 현장 코디네이터입니다”

Q. ‘재난 현장 코디네이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현장에 들어가서 어디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지 찾는 거예요. 어느 마을에 뭐가 부족한지, 대피소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직접 보고 필요한 사람과 자원을 연결합니다.

주민과 행정을 연결하기도 하고, 당장 물건이 필요하면 구하고, 기업이나 민간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면 연결하고요. 결국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전체 복구가 돌아가게 만드는 역할입니다.”

Q. 왜 이런 ‘조율’이 필요한가요?

“재난이 나면 모두 자기 역할대로 움직입니다. 공무원은 행정 절차가 있고 적십자나 큰 기관들도 정해진 역할이 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그사이에 계속 작은 구멍이 생깁니다. 대피소에서 당장 치약 하나가 필요할 수도 있고, 어느 마을에는 오늘 갑자기 버너 100개가 필요할 수도 있어요.

그런 문제는 매뉴얼만으로 바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 재난 현장에서 피해 주민과 관계자들의 상황을 확인하는 모습 ⓒ 피스윈즈코리아 제공

“재난구호도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Q. 재난 때 기업이나 시민들이 보내는 구호물품도 많지 않은가요?

“한국은 재난 때 물품을 보내는 문화가 강합니다. 그런데 현장에 필요한 걸 묻지 않고 그냥 보냅니다.

어르신들만 있는 곳에 필요 없는 물건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너무 많이 보내서 유통기한 때문에 결국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재난구호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러면 기업은 어떤 방식으로 재난 현장을 돕는 것이 좋을까요?

“현장을 잘 아는 단체와 같이 움직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번 거제에서도 쿠팡과 저희 피스윈즈코리아가 먼저 피해 현장과 이재민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했어요. 대피소 생활이 길어지면서 제대로 잘 수 있는 침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쿠팡이 이불과 베개, 생활용품뿐 아니라 접이식 매트리스까지 포함한 희망박스 200세트를 지원했습니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현장의 수요를 정확하게 연결한 사례라고 봅니다.”

“물건을 시청 앞에 내려놓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금 현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실제 이재민 손에 들어갈 때까지가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 현장에서 필요한 지원을 확인하고 연결하는 피스윈즈코리아 활동 모습 ⓒ 피스윈즈코리아 제공

재난이 날 때마다 ‘제로’에서 시작하지 않으려면

Q. 한국의 재난 대응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요?

“재난이 날 때마다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번에 경험한 사람이 다음 재난 때 그 경험을 가져가야 하는데 그런 구조가 약해요. 지역에서도 이번에 활동했던 사람들이 다음 재난 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경험을 쌓게 해야 합니다.”

Q. 민간의 역할을 더 키워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행정이 해야 하는 일과 민간이 잘할 수 있는 일은 다릅니다. 행정을 대신하자는 얘기가 아니에요.

행정은 행정대로 해야 할 일을 하고, 그 제도와 절차 사이에서 즉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을 민간이 채우는 겁니다.

같이 가야 합니다.”

Q. 일본에서 경험한 재난 대응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요?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은 지역 시민사회가 재난 대응에 많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지역마다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과 단체를 키우고, 대피소도 작은 단위로 많이 분산돼 있어요. 공무원이 모든 걸 직접 하려고 하지 않고 시민사회가 적절히 조율하면서 함께합니다.”


▲ 현장에서 필요한 지원을 확인하고 연결하는 피스윈즈코리아 활동 모습 ⓒ 피스윈즈코리아 제공

“결국 필요한 것은 사람과 경험입니다”

Q. 젊은 재난 활동가가 왜 필요하고, 앞으로 재난 대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자원봉사만으로 재난을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역의 청년이 훈련하고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1~2주라도 활동비를 지급하면서 활동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경험한 청년이 지역에 남으면 다음 재난에서는 ‘제로’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사람과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난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겁니다. 한 번 끝내고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이번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기록하고, 다음에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남겨야 합니다.

현장을 기록하는 것도 그래서 중요합니다.”

물은 빠졌지만, 필요한 지원은 계속된다

이동환 사무국장이 강조한 것은 더 많은 물품만이 아니었다.

지금 어디에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행정과 민간, 기업과 주민을 연결하는 사람과 경험이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거제 폭우 역시 물이 빠졌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이 있고, 침수된 상가와 농촌 마을에서는 지금도 일상을 되찾기 위한 복구가 이어지고 있다.

행정 지원이 시작됐지만 피해의 범위가 넓고, 각 주민과 상점이 처한 상황도 다르다. 재난 이후의 복구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위기브에서는 거제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위한 긴급 지정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재난은 한순간에 닥치지만, 일상을 되찾는 데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거제의 복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다.

거제의 다른 현장 이야기도 함께 전합니다.

산사태 이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들부터 침수된 상권과 농촌의 복구 현장까지, 폭우 이후 거제에 남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거제 집중호우 피해 복구에 함께해주세요.

폭우 이후에도 피해 주민들의 일상 회복과 복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위기브에서 거제 긴급 지정기부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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