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통영, 폭우 이후 | 식당도, 역사도, 책방도 물에 잠겼다 ②
- 2026.08.26
- By 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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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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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폭우 이후 | 식당도, 역사도, 책방도 물에 잠겼다 ②
사람의 집과 가게만이 아니었습니다.
통영의 역사와 문화공간도 폭우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①편에서는 봉수골 식당과 서호시장을 찾아 폭우로 무너진 생계의 터전과 다시 문을 연 상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에는 폭우에 젖은 통영의 국가유산과 문화공간, 그리고 그곳을 다시 일으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역사도 젖었다
이번 폭우는 사람의 집과 가게만 덮친 것이 아니었다. 통영의 역사도 젖었다.
국가유산청이 18일 확인한 통영 국가유산 피해는 모두 5건이다. 통영 김상옥 생가, 구 대흥여관,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 황리공소, 소반장 공방이다.
그 가운데 가장 상징적인 곳은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이다. 흔히 제승당이라 부른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이 한산도에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하고 조선 수군을 지휘했던 곳이다.
17일 폭우로 이곳에서도 나무가 쓰러졌다. 제승당 관리사무소 윤정환 주무관은 “수목 5주가 전도되고, 석축 2개 구간이 일부 파손됐다”라며 상황을 전했다.
관람로 주변에도 나무가 넘어졌다. 추가 전도 우려가 있어 곧바로 관람객 출입을 막았다.



▲ 통영 이순신공원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 피해 당시 모습
그런데 추가로 나무가 넘어질 수도 있고
안전사고 우려가 있으니까 바로 출입 제한을 한 겁니다.”
“사람이 아예 다닐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추가로 나무가 넘어질 수도 있고 안전사고 우려가 있으니까 바로 출입 제한을 한 겁니다.”
비가 계속 내려 당일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다음 날부터 인근 공사 현장에 있던 장비를 투입해 복구를 시작했다.
22일에는 복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였다. 쓰러진 나무와 관람로 주변도 대부분 정리됐다. 제승당은 안전 점검과 남은 정비를 거쳐 24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통영 원도심에 있는 근대역사문화공간도 물을 피하지 못했다.
구 대흥여관과 김상옥 생가가 침수됐다. 특히 구 대흥여관은 올해 2월 보수공사를 마치고 통영 근대 도시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전시관으로 새롭게 문을 연 공간이다.
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 일하는 정둘선 씨는 16일 저녁부터 이상 징후가 있었다고 기억했다.
▲ 통영 원도심에 있는 근대역사길
사진전시관 쪽에서 물이 벽을 타고 내려온다고요.”
“5시 반에서 40분쯤 전화가 왔어요. 사진전시관 쪽에서 물이 벽을 타고 내려온다고요.”
직원과 통영시 담당자들이 현장에 나왔다. 수건을 깔고 걸레를 놓았다. 대야를 받쳤다. 할 수 있는 일이 그 정도였다.
다음 날 새벽 다시 연락받고 나왔을 때는 이미 물이 차 있었다. 직원들이 물을 퍼내고 바닥을 닦았다.
안내소에서는 컴퓨터와 정수기 등 일부 전기제품도 피해를 당했다. 다행히 큰 유물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2일 찾아갔을 때 이곳 역시 큰 정리는 마친 상태였다.
▲ 김상옥 생가(위)와 구 대흥여관(아래)
책방이 휩쓸렸다
반면, 봉수골 한쪽의 작은 책방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출판사 남해의 봄날에서 운영하는 봄날의 책방이 17일 물에 잠겼다.
당일 새벽, 정은영 대표는 다른 지역에 있었다. 새벽 5~6시쯤 휴대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봉수골 주민들이 사진과 영상을 보내왔다. 책방이 잠겼다고 했다.
급하게 통영으로 돌아왔다.
물하고 흙이 뒤범벅돼 책방을 덮고 있었어요.”
“제가 왔을 때는 물이 차 있는 게 아니라 물하고 흙이 뒤범벅돼 책방을 덮고 있었어요.”
처음 침수됐을 때 책방 내부에는 무릎 가까이 물이 찼다고 했다. 마당에는 30cm 넘는 진흙과 토사가 쌓였다.
10년 넘게 가꾼 정원도 초토화됐다. 책은 아래쪽부터 젖었다. 창고에 보관하던 새 책에도 물이 스며들었다.
앰프와 스피커, 스탠드형 에어컨 같은 전기제품도 고장 났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제습기를 바로 돌리지 못했다. 습기를 먹은 벽체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 봄날의 책방 피해 당시 모습
이제 봄날의 책방 그만하라는
하늘의 뜻이 아닌가.”
“처음에는 진짜 막막했죠. 이제 봄날의 책방 그만하라는 하늘의 뜻이 아닌가.”
가족과 동료의 위로, 응원이 이어졌다. 12년 동안 열심히 했으니 더 예쁘게 수리해서 다음 10년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시 두 팔을 걷어붙였다.
22일 오전 봄날의 책방은 북적였다. 손님 때문은 아니었다.
밀양에서 온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책방 마당과 건물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통영까지 온 사람들이었다.
한쪽에서는 삽으로 진흙을 퍼냈다. 다른 쪽에서는 마대에 흙을 담았다. 누군가는 무거워진 마대를 옮겼다. 몇 사람이 일을 멈춰 숨을 고르면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진흙은 물을 잔뜩 먹어 무거웠다. 30분쯤 일하고 쉬었다가 다시 삽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현장 분위기는 무겁지만은 않았다. 서로 “이쪽부터 치우자”, “이거 같이 들자”며 손을 맞췄다.
책방 주인과 자원봉사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눈앞에 있는 흙부터 함께 치워보자는 분위기였다.

▲ 정은영 대표와 복구 중인 봄날의 책방
폭우 뒤 책방에 가장 먼저 달려온 사람도 이웃이었다. 비를 맞으며 안에 들어온 물을 퍼냈다. 펌프를 가져왔다. 배수가 잘되지 않자 어떻게든 호스를 이용해 흙탕물을 빼냈다.
청소도구와 간식을 가져온 사람도 있었다. 며칠 뒤에는 고성에서 군인 30여 명이 찾아왔다. 마당을 뒤덮은 토사를 마대에 퍼 담았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손길이 이어졌다.
22일에는 흙더미 아래 감춰졌던 작은 정원의 마사토와 돌계단이 조금씩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복구는 앞으로도 한참 이어질 예정이다. 데크를 뜯어내야 한다. 그 아래 쌓인 토사를 다시 퍼내야 한다. 젖어 썩은 벽체를 걷어내고 충분히 말려야 한다.
페인트와 도배도 새로 해야 한다. 가구를 다시 만들고 책도 다시 채워야 한다.
빠르면 3주, 길게는 한 달. 추석 전 다시 문을 여는 것이 정은영 대표의 바람이다.
정은영 대표에게 이번 재난은 책방이 얼마나 많은 사람과 연결돼 있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던 관계가 가장 어려운 순간 실제 손길로 돌아왔다.
가장 큰 도움이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정은영 대표는 망설이지 않고 “사람”이라고 답했다.
상황은 암담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삶을 나눈 이웃들이
발 벗고 나서 도와주고, 직원들과 많은 분이 힘을 보태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저희끼리 토사를 치웠으면 한 달은 걸렸을 거예요. 상황은 암담하지만 오랫동안 함께 삶을 나눈 이웃들이 발 벗고 나서 도와주고, 직원들과 많은 분이 힘을 보태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추석 전 재개장을 목표로 하는 봄날의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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